내가 속한 연구실의 석사 과정생은 1-2주마다 글감을 궁리하고 이를 지면에 옮기는 과제가 주어진다. 논리적인 글을 작성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아 아직은 형편없는 실력이지만, 형편없음을 드러내는 부끄러움보다 점진적으로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주고픈 마음이 앞서기에 원문을 옮길 예정이다.

마음이 바뀌면 지울지도 모른다. 아무도 안 볼 것 같기도 하고.

Abstract

이 글은 연구에서 중요한 것은 해답을 찾는 일이 아니라 의미 있는 질문을 발견하고 정의하는 일이라는 관점을 살펴본다. ‘당신과 당신의 연구’와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를 통해, 연구의 첫 단추는 중요한 문제를 찾아가는 과정이라는 점을 생각해 본다.

본문

연구에서 중요한 것은 답보다 질문이다. 아무리 정교한 답이라도 그것이 의미 없는 질문에서 출발했다면 그 가치 역시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연구의 출발점은 정답을 찾는 과정보다도, 어떤 질문을 던져야 하는지를 고민하는 일에 가깝다.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에 등장하는 ‘$42$’는 ‘삶과 우주, 그리고 모든 것에 대한 궁극적인 답’으로 제시된다. 초지능 컴퓨터는 700만 년의 계산 끝에 이 숫자를 도출하지만, 정작 그 답을 나오게 한 질문은 아무도 모른다. 의도적으로 황당하게 설정된 답은, 질문이 부재한 답이 얼마나 공허할 수 있는지를 역설한다.

오늘날 우리는 인공지능을 통해 모든 질문에 대해 그럴듯한 답을 얻을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이러한 환경에서 더 중요한 능력은 답을 계산하는 능력이 아니라, 무엇을 물어야 하는지를 판단하는 능력일 것이다.

리처드 해밍은 `당신과 당신의 연구’에서 중요한 연구는 중요한 문제에서 시작된다고 강조한다. 연구자가 던지는 질문의 수준이 곧 연구의 수준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연구를 시작하는 단계에서 내가 먼저 해야 할 일 역시 답을 구하는 것이 아니라 의미 있는 문제를 찾는 일이다.

신입 연구자로서 내가 바라보는 연구는 아직 은하수와 같다. 멀리서 보면 멋지지만, 막상 그 깊이와 넓이에 비해 내가 알고 있는 것은 희박하다. 좋은 연구의 진입점은 어쩌면 답을 찾는 능력만큼, 혹은 그 이상으로 질문하고 발견하며 정의하는 일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