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tract
인공지능은 불완전한 답을 완벽해 보이도록 애써 포장한다. 그를 비웃듯 영화 「호프」는 엉성함을 드러내되, 자신이 추구하는 바를 끝까지 밀어붙인다. 이 대비는 무지를 감추려 했던 나의 대학원 생활을 돌아보게 한다. 본 글은 영화 「호프」에서 영감을 받아, 부족함을 인정하면서도 연구의 가치를 믿고 설득하는 용기를 이야기한다.
본문
빈틈을 드러내는 것은 부끄럽다. 대학원에 진학한 지 어느덧 반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나는 아는 것이 없음을 매일 느낀다. 무지를 줄이는 일은 즐겁지만, 무지를 들키는 일은 고통이다. 그래서인지 나도 인공지능처럼 불완전한 생각을 그럴싸하게 포장해 말하곤 한다. 어느덧 나도 GPT의 가장 저렴한 모델처럼 대답하게 될 무렵, 나홍진 감독의 신작 「호프」를 봤다.
「호프」는 설명보다 체험을 밀어붙이는 영화다. 정확하게는, 배우 황정민이 욕하면서 외계인에게 쫓기는 걸 160분간 보는 영화다. 사건의 이유나 배경을 설명하지도 않는다. 체험이란 말도 엉성한 것이, 외계인이 주가 되는 SF 영화에 외계인의 그림자가 없을 정도로 처참한 시각 효과를 가진 영화에 체험이라니. 그런데도 나는 160분 동안 황정민이라도 된 듯 숨을 죽였고, 「호프」가 다시 보고 싶어 극장을 또 찾았다.
이 경험은 인공지능처럼 빈틈을 감추려 드는 나에게 물음표를 던진다. 인공지능은 익숙한 재료를 조합해 그럴듯한 답을 만들고, 유창한 말로 완벽해 보이려 애쓴다. 나 역시 대학원 생활 내내 그랬다. 그리고 그 답은 예측 가능하고 안전하다. 나도 마찬가지다. 물론 내 논리를 정비하고 빈틈을 찾는 연습에는 많은 도움이 되지만, 빈틈을 드러낼 용기까지 주지는 못한다.
결국 내가 「호프」에서 멋지다고 느낀 건 용감함이었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고 그것이 특출나다고 믿으면, 구멍이 있더라도 끝까지 밀어붙여 완성하는 씩씩함. 어차피 내 연구도 모든 문제를 완벽하게 풀 수 없고, 어딘가에는 구멍이 남는다. 그래도 내가 해결한 것의 가치를 믿고 세상 사람들을 설득해야 한다. 인공지능처럼 완벽한 척 빈틈을 감추기보다, 부족함을 인정하면서도 내 연구의 강점을 끝까지 밀어붙이고 싶다. 그리고 만약 이 글에 허점이 보인다면, 그건 「호프」에 대한 오마주다.